2000년대 이후 주로 장애인수용시설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탈시설 논의는 최근 장애인권운동 활동가들과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주도로 시설화의 교차성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교차적 시설화와 관련된 공간정치에 대한 연구는 한국 내 지리학계 및 공간 연구에서도 미진하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본 논문은 2010년대 이후 북미와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감금지리 논의가 현 한국사회의 교차적 시설화 논의와 어떻게 조우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감금지리의 개념과 이론을 정돈된 ‘지식’이 아닌 이중의 위상학(topology)으로 보고자 한다. 첫째, 위상학은 학자들 개개인이 딛고 있는 학술적·정치적·지역적·개인적 위상도이다. 둘째, 감금지리 개념과 이론들 간의 위상학이다. 이 이중위상학 사이의 다공적 측면을 고려하며 본문의 첫 번째 파트에서는 국제 학술지인 Progress in Human Geography의 2018년 제42권 5호 지면에서 ‘감금적인 것(the carceral)’의 의미에 대하여 영국과 북미 학자간의 학술적·정치적 입장 차이가 3편의 글들로 드러났던 일을 들뢰즈적 의미의 작은 ‘사건(evenement)’으로 살펴본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주요 감금지리 학자들이 개진해 온 감금공간의 경계, 강제적/처벌적 모빌리티(coercive/punitive mobility), 감금회로망(carceral circuitry)에 대해 검토하면서 이들 개념의 위상학이 교차적 시설화 논의와 조우하거나 긴장·모순되는 지점들을 짚어본다. 결론 파트에서는 감금지리 위상학 및 언어가 어떻게 현재 한국의 여성주의 진영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는 교차적 시설‘화(化)’의 의미를 구체화 및 발전시킬 수 있을지 그 잠재성에 대하여 간략히 논해본다.
자료 출처: DBPia